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양손 연주를 유난히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양손을 동시에 의식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양손을 모두 의식하려면

청각과 시각이 통합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앞서 9~10세 아동의 학습이라는 글에서 다룬 적이 있습니다.

 

건반악기에 양손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하게 들립니다

그렇지만 건반을 연주하는 행동은 매우 부자연스러운 것이며 문명화된 것입니다.

손가락을 따로따로 사용한다는 것 자체도 자연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피아노가 어렵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아주 비일상적인 기술을 습득해야 하니까요.

 

건반을 가진 악기-피아노, 오르간 등이 가진 특성은

손가락 하나를 단위로

양손을 모두 사용하고

각각 사용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찬송가 반주같이 성부가 나란히 가거나

선율에 붙어있는 반주의 형태도 있지만

양손의 진행이 완전히 독립되어 있는 (대위적) 음악도 있습니다.

양손이 두 성부으로만 나뉘는 것이 아니라

3,4,5,6...등의 많은 성부를 갖기도 합니다.

피아노 연주는 적어도 2가지 악기를 동시에 제어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주 어린 나이부터 강도높은 훈련을 받은 재주있는 어린 아이들은

10세 미만의 시기에도 모짜르트 협주곡같은 상당히 어려운 곡들을 연주합니다.

그 연주는 아름답기는 하지만 어딘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신체의 힘이 부족하여 울림이 풍부하지 못하거나

아직은 어려서 음악을 이해하는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대위적인 선율을 감지하는 힘이 아직 발달하지 못한 이유입니다.

같은 곡을 성인 연주자의 연주로 들으면

왼손이나 부선율 파트가 훨씬 역동적으로 들립니다.

어린 아이들의 연주는 부선율이 주선율에 묻혀있습니다.

화성이 선율 속에 잘 녹아든 것 같이 오해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좀 심심한 느낌이 듭니다.

주선율이 잘 들려야하는 원칙만 형식적으로 지키는 듯 합니다.

 

이런 방법으로 연주를 계속하면

연주의 생생함, 역동성, 짜임새가 부족하게 됩니다.

우수한 학생이라할지라도

독보력이 통합되는 시기에는 좀 더 적극적인 sight reading 훈련이 필요합니다.

악보를 건반으로 재현해내는 초견 능력이 아니라

악보를 보고 소리를 상상해 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때 캐논이나 인벤션 형식의 쉬운 다성음악 곡을 시작하면 좋을 것입니다.

 

피아노를 하면 머리가 좋아지고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설의 배경에는

각손가락을 사용한다-는 첫번째 조건과 더불어

양손을 모두 의식한다-는 이유가 두번째 조건일 것 입니다.

세번째 조건은 분리된 것을 다시 통합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관해서는 후에 글을 올리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피아노 교육에서는 이런 과정이 부족합니다.

너무 일찍 체르니나 고전 소나티네 같은 음악을 편향하여 다루어서

화성과 대위감각을 빈약하게 세팅하기 때문입니다.

고급반에 올라간 후에 그런 공부를 하기보다

기초 과정부터 학습 과정에 구성할 것을 권합니다.

 

 

 

2013/03/31 - [MAJOR/어린이레슨노트] - 초2~3학년 아이들의 학습

2013/03/27 - [MAJOR/어린이레슨노트] - 피아노를 곧잘했는데 갑자기 어려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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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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