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교육 현장에서 손가락 번호만 보고 피아노를 치거나 외워서 치거나 하는 사례를 자주 본다. 많은 학생들이 악보를 잘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교재와 교수법에서도 독보에 관한 연구가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글자를 읽는 것은 글의 내용을 이해하기위한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듯이 악보를 읽는 능력은 음악의 세계에 들어서기 위한 첫걸음이 된다. 또한 독보한 내용을 피아노 건반에서 바르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글자 속에 내포된 개념과 의미를 인지해야 글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얼마 전 '만득이 피아노 첫걸음" 을 출간하며 피아노 교수법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저자 이해은 선생이 십수년간 연구한 '독보'와 '박 세기'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어린 시절 나의 피아노

 어릴 적에 피아노를 처음 시작한 것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의 바이엘 책에는 그 당시 도레도레/도둘셋넷의 한 줄짜리 1번 악보에 선생님께서 그리신 4분음표 위 사과 한 개와 온음표 위 사과 4개 그림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손가락이 움직일 수 있는 만큼의 시간 간격에 따라 도 와 레 사이를 왔다 갔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가락이 되도록 매끄럽게 치면 다음 곡으로 넘어갔습니다. 진도를 나가면서 곡은 빠르고 복잡해지면서 피아노의 재미를 더해주었습니다. 그러나 곡은 통째로 섞여있었습니다. 외워서 연주하다가 중간에 틀리거나 하면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처음 넘어간 악보를 읽을 때는 언니들이 쳤던 것을 떠올리거나 선생님께서 불러주시는 가락을 따라 했고 좀 더 진도를 나가서는 음반을 들었습니다.

모방해서만 곡을 익힐 수 있었고 스스로는 독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머리로는 처음 대했던 4분음표와 그 뒤에 나온 더 작은 단위 음표들의 길이를 알았지만 실제로는 생각 없이 비슷한 길이로 연주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이런 부적절한 피아노 공부 과정은 비록 저만의 경험이 아닐 것입니다. 현재까지도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는 바입니다. 더 이상 피아노 연주가 이런 무의식적인 숙달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연주와 독보 간의 긴밀함

 우리에게 세상은 공간과 시간의 형태로 경험됩니다. 음악은 특정한 시간의 흐름을 타게

만드는 인간의 발명품이지요. 피아노 연주는 피아노 소리가 이끌어 내는 특정한 시간의 흐름 속에 우리를 끌어들이고 경험하게 합니다. 다른 모든 연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가만히 걷는 사람과 뛰는 사람과 차를 타고 가는 사람, 비행기를 타고 가는 사람의 시간이 각각 다르듯이 말입니다. 차를 타고서도 숲길을 달리는 것과 사막을 달리는 것, 도시를 달리는 것에 따라 각각의 시간의 흐름과 경험은 또 달라집니다.

 그림은 한 눈에 전체 보기가 가능한 대상이지만 음악은 그렇지 않습니다. 시간에 따라 주어지는 소리들을 차근차근 맞추어야 전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주에 대해 논의하려면 시간을 의식하는 수단이 필요합니다. 악보 한 장에 곡을 모두 나타냈어도 그림 한 폭과 악보 한 장은 매우 다릅니다. 악보의 줄들은 시간에 따라 읽을 수 밖에 없으며, 연주는 그 음표들을 따라 시간을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악보에 나타난 음악의 흐름을 실제 시간 속에서 재현하고 공감하는 것이 진정한 독보 능력입니다.

 

연령에 따른 독보 방법

 피아노를 시작할 때 이미 학생들은 상당한 음악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습은 이것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것은 학생의 연령입니다. 시작하는 연령에 따라 교수 방법이 달라집니다.

 

a. 학령기 아동의 독보

 

 1. 복합적인 개념은 나누어 가르치고, 한 가지 개념을 확고하게 한 후에 대비되는 다른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음에 포함된 두 가지 성질, 길이와 높이를 한꺼번에 가르치지 않고 나누어 가르칩니다. 높낮이 표시가 없는 음표를 보고 길이를 익히는 활동과 글자로 된 계명을 노래하면서 연주 하는 활동을 나누어 합니다. 각각의 활동을 따로 진행하다가 그 활동에 숙달되면 연합합니다.

                  

2. 어린이는 기호 자체를 주시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어릴수록 상징과 기호에 익숙하지 않지만 소리를 기억하는 능력이 높아서 소리만을 따라 연주하게 되며 이것은 적절하지 않은 독보와 연주 능력으로 굳어지게 됩니다. 이것을 방지하고 연주가 통합적인 활동이 되게 하려면 처음부터 연주에 시각이 함께 사용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 처음부터 무엇인가를 바라보며 연주를 하게 합니다. 음표에는 아직 집중하기 어려우므로 음표보다 글자를 보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노래의 계명 글자를 눈에 잘 띄는 네모 테두리 같은 것에 넣어서 눈에 잘 띄게 하여 그것을 보면서 연주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연주를 하면서 시각을 함께 사용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그것을 음표로 바꾸어도 주시하는 것을 힘들어하지 않습니다.

3. 어린이는 모방이 쉽고 이해는 어렵습니다. 먼저 경험하게 한 후에 그에 따른 이론을 가르칩니다. 절대음감이나 음정, 조에 따른 음계 등도 이런 방법으로 지도합니다.

 

b. 성인 학생의 독보

1. 성인은 이미 기호를 이해하는 능력이 갖춰져 있지만 자신에게 익숙한 방법으로만 반응합니다. 성인 학생에게는 완성된 형태의 악보와 기호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동작과 결과를 명확하게 요구하여야 합니다.

2. 어린 시절에 비해 감각이 둔감해져 있습니다. 음악만이 아니라 음 자체에 대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절대음감 기르기가 어려우면 음정에 따른 음 높이를 의식하도록 훈련합니다. 어릴 때보다 시간을 더 큰 덩어리의 흐름으로 의식하기 때문에 그 단위를 더 작게 의식하도록 메트로놈을 사용하여 훈련합니다. 특히 초견부터 독보와 동시에 일정한 연주 속도를 유지하는 훈련을 많이 하십시오.

3. 이론을 먼저 가르치고 그에 따른 실기를 익힙니다.

 

c. 청소년기 학생의 독보

1. 이 시기의 학생은 성인의 이해력과 어린이의 열린 감각의 두 가지 장점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2. 음악과 감정을 연관 지어 이해가 되면 학습의 능률이 아주 높아집니다. 성인 학생의 교수 방법에 따라 지도하면서 좀 더 음악이 가진 감정적인 측면을 부각시켜서 접근하여야 합니다.

 

독보와 시간 인터벌 (연주와 독보의 근간)

 그림을 그리려면 화폭이 있어야 하듯이 연주를 하려면 일정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의식하고 연주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더 작은 시간의 단위가 필요합니다. 시간의 모눈종이라고 하면 비유하는 게 좋을까요? 이것을 시간 인터벌이라고 합니다.

 시간 인터벌은 음악의 흐름을 의식화하는 수단입니다. 음표를 바라보는 시간을 확보해 줌으로서 독보에 기여하며, 동작의 구획을 예비할 수 있어서 연주의 흐름을 안정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최초의 시간 인터벌 만들기 - 길이세기

 최초의 시간 인터벌은 음표의 길이를 세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음표마다 4분음표를 "하나", 2분음표를 "하나, ", 2분음표를 "하나, , ", 8분음표 두 개를 "묶고" 등으로 셉니다. 구령을 하면서 생기는 일정한 간격이 시간 인터벌이 되는 것입니다.  4분음표 한 박을 의식하는 것이지요. 처음이라 손가락 가누기가 잘 되지 않고 손의 모양도 어색하기 때문에 손가락을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한 박으로 둘 수가 있습니다. 이 길이의 정도는 개인에 따라 다릅니다. 어린 학생은 메트로놈을  사용하지 않고 민요나 동요 속에서 나오는 음의 길이로 이 시간 인터벌을 훈련하고, 성인 학생은 한 박의 시간 인터벌의 분명하게 될 때까지 메트로놈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간혹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지 못하는 어린이는 메트로놈 소리를 들려주는 것만으로 안정이 되고 사춘기 학생은 가끔 메트로놈에 맞추게 합니다.

 

이해은 (만득이 피아노 첫걸음, 피아노 마인드 저자)

 

 

 

 

 

 

-------------  에듀 클래식 2013년 12월호 Piano Teaching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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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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