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들면서 다시 피아노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맨 처음 하는 일은 옛날에 배웠던 피아노 책을 펼쳐보는 것이랍니다. 빛 바랜 책을 펴 들면 어렴풋이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나지만 정작 자신이 그 곡들을 연주했던 기억은 나질 않습니다. 그 때 좀 열심히 할 걸... 하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시작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1. 기억해 둘 것

   이론을 먼저 이해하면 실기 능력이 증진됩니다. 어린 학생은 단편적인 작업이라도 집중력에 변화가 없지만 성인 학생은 전체적인 구도를 알 수 있을 때 과정의 능률이 높아집니다. 

   어린 시절보다 모방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므로 시범 연주를 바로 따라 하기가 어렵고, 시도한다 해도 소리만을 따라 가기 때문에 동작이 적합하지가 않습니다. 자신이 그 동작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많이 생각하고 선생님과 그것에 대해 의논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희미하더라도 가끔 그것을 끌어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선생님은 어떤 분이었는지, 계명읽기는 잘했는지, 쉼표를 할 때 손은 어떤 모양이었는지, 등등을 떠올려본다면 직접 기억이 나지 않더라도 어린 시절의 열린 감각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2. 교 재

이론 교재는 수준에 상관없이 기본 원칙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그것을 실제 곡에 적용하여 설명해 놓은 책이 좋습니다. 실기 교재는 마음을 비우고 전에 그만 둔 단계보다 두 단계 아래 수준의 교재를 선택합니다. 테크닉 교재는 구체적인 목적에 따라 필요한 것만을 뽑아서 하십시오. 책 전체를 모두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특히 체르니는 복습용으로만 사용합니다.

    제가 가장 많이 만난 케이스인데요, 체르니 40, 쉬운 소나타 몇 곡을 배우고 현재 결혼 행진곡, 엘리제를 위하여 같은 곡 정도를 연주 할 수 있는 수준은 부르크뮐러 25번과 소나티네, 톰슨2, 알프레드 4, 쉽게 편곡한 동요, 팝 뮤직 등이 좋습니다.

    ①항 이전에 그만 둔 경우는 기초 입문 교재부터 하는 것이 좋습니다.

    쇼팽 왈츠, 베토벤 소나타 정도를 연주할 수 있는 경우는 욕심이 과하기가 쉬운데 과감하게 낮추는 것이 좋습니다. 하농, 부르크뮐러 18, 톰슨3, 슈만의 어린이를 위한 앨범, 바하 인벤션 전에 배우는 프레 인벤션 등이 좋습니다.

 

3. 주의할 것들

    연주할 곡을 먼저 듣는 것은 금물입니다. 스스로 독보를 하고 음을 파악한 후에 시범 연주를 듣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시범 연주는 원래 속도로 된 완성된 흐름을 가진 연주와 느린 속도로 정확하게 하는 연주, 두 가지가 있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악보의 크기 : 시각의 훈련에 큰 영향을 주며 줄 칸의 간격을 감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다시 하는 학생(2-)은 아동용보다 훨씬 더 더 큰 악보가 필요하나 

 (실제 크기 악보1 )

 

 

체르니 40번 정도에서 중단한 학생(2-) 은 무의식 중에 그것을 기억하고 있으니 어린이 악보보다 작은 것이 좋습니다. 

(실제 크기 악보 2)

 

 

 

    같은 수준의 곡을 더 많이 익혀야 합니다. 그런데 대개의 성인 교재는 이와 반대로 되어 있습니다. 어린 학생은 어떤 수준에서 많은 곡을 다루지 않아도 한 곡을 충분히 오래 하면 거기에 준하는 음악적 능력, 건반감, 응용력 등이 생깁니다. 하지만 성인 학생은 같은 것을 얻으려면 더 많은 곡을 익혀야 하고 원하는 바를 목표로 하여 구체적으로 고안된 응용 과제를 추가하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곡을 외우십시오. 암보 연주는 연주 집중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것입니다. 성인 학생에게는 더 유연한 동작을 끌어 낼 수 있고 음악적 능력을 되살리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어린 학생의 경우에는 독보력을 기르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여 암보를 지도하여야 합니다)

 

4. 구체적인 접근

    성악적인 선율의 곡으로 안정된 흐름 만들기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노래를 이용하여 음의 길이를 분명하게 의식하고 이를 다른 곡에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편하게 할 수 있는 비교적 느린 곡이 좋습니다. 연주와 초견 능력을 고루 향상시키려면 일정한 시간 간격에 따라 연주하는 것 못지 않게 같은 시간 간격을 따라 음표를 주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고향의 봄>을 가지고 훈련한다면, 악보 속의 음표들을 자신이 정한 사분음표의 시간 간격에 따라 놓치지 않고 바라보면서 연주를 진행합니다. 이미 알고 있거나 익숙하더라도 악보를 보지 않고 소리만 따라 가면 안됩니다. 반드시 음표 보는 것과 그 음표를 건반에서 누르는 것, 그 때 울리는 소리를 듣는 것의 세 가지를 동시에 이루어내고, 이것을 의식해야 합니다. 다른 과제 곡도 사분음표를 기준으로 이런 방법으로 훈련하고 이것이 분명해지면 기준으로 삼은 음 길이를 더 짧거나, 길게 하여 연습합니다. 즉 속도에 변화를 주는 것이나 포인트는 속도가 아니라 기준 음의 길이입니다.

    감각 훈련

피아노를 치면서 동시에 계명창을 많이 하면 절대음감이 살아납니다. 어릴 적의 경험이 무의식 속에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성인이 되어 시작한 초보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음들을 연주하면서 음계 속에서의 순서로도 의식하십시오. 예를 들어 사장조의 솔---라 선율을 1-4-3-2 로 의식하는 것을 말합니다. 나중에 자유롭게 화음을 넣어 반주, 변주 등을 할 수 있습니다.

    박 세기를 사용하여 연주의 확장합니다.

박 세기는 순발력이 떨어지는 성인 학생들이 정확한 독보를 하면서 소리를 자세히 들으며 연주를 하도록 고안된 것입니다. 방법은 한 마디마다 박자를 "-, -, -...." 큰 소리로 일정하게 말하면서 연하는 것입니다. 노래의 높낮이를 따라가지 않고 체육선생님의 구령같이 분명하고 절도 있는지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십시오. 한 박을 두 구역으로 나누어 의식하게 함으로써 음악의 흐름을 파악하기 쉽습니다. 이 훈련을 하면 초견 능력이 향상되고 박자 개념이 뚜렷해지며 양손을 동시에 의식하고 제어하는 능력이 좋아집니다.

    한 손 연습과 양손 연습

③항까지의 훈련은 연주의 토대를 만드는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최종적인 모습을 완성하려면 매끄러운 흐름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한 손씩 따로 연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속도내기에도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이렇게 하여 선율은 온전한  모습이 갖추어지고 선율의 흐름이 생김에 따라 연주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프레이징이 완성됩니다. 한 손 연습을 충분히 하면서 그 사이 간간히 양손 연습을 하십시오.

 

다시 시작하는 학생들의 레슨에 관한 저의 노하우를 정리해보았습니다. 학생들에게는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겠지만 선생님들께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길 바라옵니다.

                                                                                                 

 만득이 피아노 첫걸음, 피아노마인드 교본 저자  이 해 은

에듀클래식 2014년 1월호 에듀 칼럼-피아노 티칭에 실린 글입니다.

 

Posted by 이해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