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날, 옛날에는 연주자와 작곡자가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노래를 하거나 악기 연주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창작이 이루어졌던 것이지요.

오히려 연주가 더 원천적인 행위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겐 그 구분이 확연하게 드러나 있고

연주와 작곡을 지망하는 학생들의 성격 차이도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이미 만들어진 좋은 곡들을 그저 연주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겼지요.

대가들의 곡들은 사람이 만든 게 아니라 자연과도 같이 저절로 생긴 것으로 느껴져서 

음악이 인위적인 것임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자연을 즐기고 쉬듯이 그렇게 음악을 대하게 됩니다.

 

그러나 지금은 

여러 다양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좀 더 나이가 들어서 옛날과 다르게 들리는 음악들을 대하며... 

음악은 숲이나, 호수나, 달빛 같이 원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의 말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생각합니다.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려고 애쓰는 말도 있고,

어떤 목적에 따라 지어내는 말도 있습니다.

인생의 부조리를 돌아보게 만들려는 말도 있고

어떤 사랑스러운 단어 자체를 더 사랑스럽게 읖조려지게하는 말도 있습니다.

많은 음악이 우리에게 위로와 충만함을 주지만

모든 경우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말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단지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얘기해야겠습니다.

피아노 연주를 잘하고 싶다면 작곡 공부도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만난 대부분의 학생들은

피아노를 전공하려고 피아노만을 집중적으로 레슨 받고 장시간 연습을 하는 학생보다

작곡을 같이 공부한 학생들의 피아노 실력이 훨씬 빠르게 발전하였습니다.

아울러 자기 연주를 들으며 점점 세심한 부분까지 생각하고 표현하며 연주할 수 있게 되면

작곡 또한 확장되고 세련되어 갔습니다.

작곡을 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은 자기 말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겠지요.

연주자 편에 서 있던 저는 남의 말을 듣지 못하면서 자기 말만 하려는 것에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서툴게 말을 하는 것보다 이미 잘 쓰여진 시를 읽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젠 알고 있습니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모두 중요하다는 것을요.

말을 잘하려는 사람은 잘 듣는 법을 먼저 익혀야 하며

듣기만 하려는 사람은 내 속 안의 말을 소리로 내보는 도전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작곡자의 뜻과 내 속안의 외침을 함께 연주에 실을 수 있게 됩니다.

 

 

 

다음은 작곡하는 학생들이 기초 단계에서 많이 공부하는 부르크뮐러의 곡입니다.

작곡할 때 기본적인 훈련 중 하나는 모티브를 만들고 발전 시키는 것입니다.

이 곡의 모티브를 찾아보세요.

사전이나 음악이론 책에는 곡의 주제인 1~2마디라고 나오지만 글쎄요...

모티브는 곡의 뿌리가 되는 아이디어를 말합니다.

온전한 멜로디만이 아니라 리듬, 화음, 혹은 음정 등도 모티브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곡의 모티브는 둘째줄 첫 마디의 2박까지이며

거기에 담고 있는 아이디어는 ♩ ♪♪  리듬과 3도 겹음, 순차 진행입니다.

이것들이 곡 전체에 쓰이면서 개성을 드러내는 것을 느껴면서 연주해보세요.

작곡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모티브를 쉽게 찾아내겠지만

단지 찾을 수 있는 것으로 모두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

 

 

 

 

아이들 파티

 

Johann Friedrich Franz Burgmüller (1806~1874) Op.100, No.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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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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