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학생들에게 온음표 모양을 그리라 하면

간단하게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음표 머리를 기울어진 타원으로 그리고 가장자리에는 비스듬히 두껍게 색칠을 하면서

인쇄된 음표 모양을 그대로 그리려고 애를 씁니다.

나이가 들수록 주저함 없이 줄이나 칸에 동그라미 한 개를 그릴 뿐이지요.

 

가까운 선생님의 한 6세 학생이 음표 읽는 것을 너무나 힘들어 해서

유심히 살펴보시고 차분차분 대화를 나누며 알아보셨는데

그 아이는 음표를 읽을 때 머리가 아니라

기둥의 끝이 어디에 있는지 보고 음을 읽어서 그랬답니다. 정말 힘들었겠지요^^

 

아이의 시각과 사고는 성인과 다릅니다.

본보기를 보여 주고 규칙을 설명해 줘도

아이들은 자기가 이해하는 통로를 통하여 먼저 받아들입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선생님들께선 가르쳐야 하는 것들에만 신경 쓰실 수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그랬던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입장에서만 가르친다 해도

아이는 얼마간 잘 따라 하고 진도를 꽤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념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모방에 의지하는 수업이 계속되면

이론과 실제가 분리되어 막연해지고

각 과정은 단편적인 것이 되어 결국은 흩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수년간 피아노를 배우고도 간단한 악보조차 연주하지 못하는 결과를 만듭니다.

 

분명한 개념을 세우려면 다양한 방법의 체험과 그에 관한 대화가 필요합니다.

아이가 가진 통로에서 출발하여

선생님께서 가시고자 하는 곳까지 도달하려면

아이들과 많은 대화가 필요합니다.

가르치고자 하는 주제만이 아니라

곁 가지 얘기들도 충분하게 나누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디 피아노 앞에서 어린 학생들과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시간 가지시길 바랍니다.

 

 

                                                           2013년 피아노마인드 피아노 교본 1급 머리말에서


 

Posted by 이해은
,